찰랑찰랑 천교 다리 밑에 물비린내 짤랑짤랑 천교 다리 위에 돈비린내 “나는 순의방 제삼당의 이급무사 장천이다.” 그 사람을 처음 본 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질구질한 어느 하루였어. 아버지의 지저분한 가게는 늘 그렇듯이 냄새가 지독했고 낡은 물건들은 퀴퀴한 먼지 속에 늘어져 있었지. “공자, 이 향로에 그 가격이라니요. 그건 날강도나 다름이…….” 손...
하, 연초에는 나름대로 작업 스케줄 컨트롤이 되어 여유가 있었는데.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니 빠듯하네요. 겨우 중간 마감을 마치고 이제야 달려보는 시간. <천교의 하늘, 2015> 태극비전을 쓴 다음 해에, 저는 또 다른 무협단편을 하나 쓰게 됩니다. <천교의 하늘>은 좌백의 장편 <하급무사> 외전에 해당합니다. 아마 하급무사...
- 용대운님의 태극문 20주년을 기념하여, 진산 배상. 그 책을 원하오. 줄 수야 있소만 당신은 그걸 익히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소. 내가 익힐 것이 아니오. 그 책을 원하오. 줄 수야 있소만 그건 책으로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오. 익힐 수 없다면 왜 그걸 책으로 남겼겠소? ........ 그 책을 원하오. 한숨을 내쉬고,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며 자의 반 타의 반 무협절필(!?) 선언을 했던 저는 최근 몇 년간 무협단편들을 다시 쓰게 됐습니다. 그 시발점이 된 건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이야기 두 편이었어요. <태극비전, 2014>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용대운님의 태극문이 출간된 20주년 기념행사를 당시의 동료 작가들과 조촐하게 연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가 도착한 도시는 완벽이라는 단어보다 먼저 세워져 그 말의 기원이 된 것 같은 곳이었다. 성벽은 튼튼하고 인근의 들판은 향유를 바른 처녀의 머리카락처럼 비옥했다. 수원에서 솟아난 물은 달고 시원했으며 수량이 풍부했다. 그가 여관에 방을 잡았을 때는 막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도시는 겨울 날씨조차 온화해서 두꺼운 여행자용 망토만 있으면 뒷...
한 남자가 광야를 걷고 있었다. 그는 사십 일째 금식으로 굶주렸다. 세례 받았던 머리카락은 버석버석 말라 바람에 흔들렸고, 먼지투성이의 긴 옷자락은 땅에 끌렸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영원히 걷기만 할 사람처럼, 걷는 것이 숙명인 사람처럼, 걷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어 버릴 사람처럼.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끝이 없는 광야를 홀로 가로질렀다...
2월에는 외부 일정과 월말 마감이 있어서 이제야 이 시리즈를 다시 쓰게 되었군요. 3월의 제가 연초의 저에게 말합니다. 당신 왜 그랬어요. 연초의 저는 대답합니다. 당신 이렇게라도 안 하면 작업실 파일들 정리 안 할 거잖아. 3월의 제가 다시 꿍얼거립니다. 파일 그거 정리해서 뭐 한다고……. 연초의 제가 달랩니다. 뭐하긴. 자기가 뭘 썼는지도 슬슬 가물거리...
아득한 옛날, 용인(龍人)이 세상을 다스리던 시대의 이야기다. 밭일을 하던 한 어린아이가 하늘을 보고 문득 외쳤다. “할아버지! 저기 용인이 지나가요.” 아이의 조부는 허리를 펴고 아이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무겁게 드리운 구름의 장막 사이로 언뜻 금빛 광채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원래 땅의 백성이 용인의 모...
서울. 600년이 넘은 도읍. 대한민국의 1/4이 모여 사는 메트로폴리스. 서울 땅 위에는 사람이 가지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있지만, 영원히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서울에서 가장 흔하디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 중에서도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김사장도 바로 그 중 하나다. 돈은 많지만 돈보다 근심이 더 많은 서울 사람. 그의 걱정...
이 시리즈를 쓰던 초반에 ‘정말 별걸 다 썼구나’ 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이제 슬슬 그 ‘별걸’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사실 무협 단편집에 묶인 일곱 편이나, 각기 다른 앤솔로지에 들어간 나라하란의 시인 이야기, 삼라 세계의 외전들은 나름대로 계통과 족보가 있는 단편들입니다. 그게 비록 연작 2-3편에 불과하다고 해도 말이죠. 이렇게 ...
군왕은 한 평의 옥좌 안에서 만백성을, 명공은 작은 사발 하나로 온 세상을, 이야기꾼은 짧은 이야기 속에 긴 삶을, 담는다. 빚는다. 다스린다.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많은 글쟁이들이 부업을 갖는다. 나도 소설 나부랭이를 쓰지만 따로 부업은 없는데, 그건 소설만으로도 충분한 수입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글 쓰는 것 빼고는 딱히 재주...
이야기꾼이란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들 한다. 하지만 그 반대다. 이야기꾼은 듣는 자다. 나는 듣는 자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배웠다. 보이기보다 보기를 좋아하며 타인의 생을 읽는 것 이상으로 큰 도락을 알지 못한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날, 친한 사람 하나가 내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다. “판타지 단편 하나가 필요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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